≪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카푸스 자신이 서문에서 밝혔듯이, 적성에 맞지 않은 진로를 두고 고민하는 후배에게 선배로서 성심성의를 다해 조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카푸스에게 첫 답장을 쓰던 당시 릴케 자신이 그의 인생과 문학에서 중요한 전환기를 맞고 있었기 때문에 그 내용은 단순한 조언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거기에는 릴케 자신의 새로운 인생관과 문학론에 대한 모색 과정의 고백도 들어 있다. 고독과 성숙과 사랑, 이 세 가지 의미의 긴밀한 연관 관계야말로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릴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떠받치는 중심 주제다. 고독은 내면 성숙을 위한 집중의 순간이고, 사랑은 내면 확장의 계기이므로, 서로 상대방의 고독을 지켜 주는 사랑을 통해 자연을 포함한 세계 전체와 내적으로 소통하는 창조적 인간, 그것이 릴케가 카푸스에게 권하고 스스로도 추구한 목표였던 것이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번역은 ≪Briefe an einen jungen Dichter≫(Insel Verlag, Leipzig, 1929)를 원전으로 삼았다.
릴케의 ≪젊은 여성에게 보내는 편지≫는 ‘시인과 젊은 여성’의 관계에서 흔히 추측할 수 있는 로맨틱한 꿈과 연애 감정 교환의 기록물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혼란한 역사의 격동기에 극심한 궁핍 속에서도 어떻게든 삶의 한 귀퉁이를 지탱해 보려고 애쓰던 한 여인에게 보내는 시인의 위문편지일 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며 삶의 절망적 의미에 공감하는 고독한 자의 동지적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번역은 호르스트 날레브스키(Horst Nalewski)가 인젤(Insel) 출판사에서 2003년에 펴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여성과의 서신 교환(Rainer Maria Rilke. Briefwechsel mit einer jungen Frau)≫ 중에서 릴케의 편지를 옮긴 것이며, 시가 첨부된 릴케의 마지막 편지는 이 판본에서 처음 공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