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인 「노사」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그 어느 소설 속의 인물보다도 특별하다. 그는 팔팔한 젊은 협객도 아니요, 웅대한 야망을 품고 무림지존이 되려는 자도 아니다. 무공의 ‘무’ 자도 모르는, 그저 평생을 농사꾼으로 살아온 평범한 노인네일 뿐이다. 「노사」는, 그렇게 무지렁이 농사꾼으로 살아온 왕 노인이 죽은 아들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서 점차 무림인이 되어 가는 과정을 풍부한 극적 감각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무공을 익히기 전까지 왕 노인이 걷는 길은 그 무엇보다도 험난하다. 아들의 원수들이 내지른 검에 죽을 고비를 넘기는 것도 일상다반사다. 하지만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게 도와준 은인들과 죽은 아들을 위해서, 그는 결코 자신의 집념을 꺾지 않는다. 작가 담인은, 촌로에 불과했던 왕 노인이 간난고초를 겪으며 한 명의 무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안정적인 필체로 인간미 있게 그려 내었으며, 무협 소설의 맛을 제대로 우려내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