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실례했네. 자네도 잠깐 운동 좀 해 보는 게 어때?”
그는 쾌청한 푸른 하늘을 등지고 철봉에 올라앉아 매우 유쾌한 듯 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항상 교복 차림이 눈에 익었던 나는 화려한 녹청색 운동복을 몸에 딱 맞게 입고 거의 반나체 상태로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이상하게도 아름답고 요염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날 밤 그는 나를 붙잡고 예술과 체육의 관계를 도도하게 논하여 들려주었습니다. 모든 문학과 모든 예술은 모두 다 인간의 육체미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육체를 경시하는 국민은 결국 위대한 예술을 낳을 수 없다. 육체적 훈련을 거치지 않고서는 어떠한 천재도 결코 참된 예술가가 될 자격이 없다, 라고까지 극언을 했습니다.
“육체보다 사상이 먼저야. 위대한 사상이 없어서는 위대한 예술도 태어나지 않는 거야.”
나는 그런 말을 하면서 오카무라의 논리에 반대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 「금빛 죽음」에서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郞)
일본의 소설가. 1886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메이지 말기부터 쇼와 중기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며 다방면에 걸쳐 문학적 역량을 과시한 작가로, 노벨 문학상 후보에 수차례 지명되는 등 일본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탐미주의적 색채를 드러내며 여성에 대한 에로티시즘, 마조히즘 등을 극도의 아름다운 문체로 탐구하였다. 한평생 작풍이나 제재, 문장, 표현 등을 실험하며 다채로운 변화를 추구하였고, 오늘날 미스터리, 서스펜스의 선구가 되는 작품이나 활극적 역사 소설, 구전?설화 문학에 바탕을 둔 환상 소설, 그로테스크한 블랙 유머, 고전 문학 연구에 이르기까지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1965년, 신부전과 심부전으로 사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