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나 병원, 지하철 등 일상 공간을 통해 런던 사람들의 삶을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눈길로 그려 낸 단편 열여덟 편
『런던 스케치』는 영국에서는 1992년에 출간된 작품집으로 도리스 레싱이 1987년부터 1992년까지 발표한 런던과 관련된 짧은 스케치와 이야기 들을 묶어 놓은 것이다. 열여덟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작품집의 흐름을 따라 런던의 면모를 하나씩 관찰해 나가다 보면 독자들은 차가운 잿빛 도시만이 아닌, 맥박이 느껴지는 도시 런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레싱은 1957년 어느 글에서 이렇게 썼다. “런던에 온 첫 해, 지금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나에게 런던은…… 일 년 동안은 악몽의 도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가 빛이 건물을, 나무를, 주홍색 버스들을 친숙하고 아름다운 무언가와 하나가 되게 만들었고, 나는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해졌다.” 그 후로 그녀는 런던이라는 도시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예리하면서도 애정 어린 눈길로 관찰해 왔다. 그리하여 런던이라는 연결 고리로 묶인 이 작품집에는 카페 테이블, 병원 침상, 택시 뒷좌석, 지하철 등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본 삶의 풍경들이, 그리고 현대인의 삶을 특징짓는 복잡한 인간관계의 단면들이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모자이크 되어 있다.
1919년 이란 출생. 부모와 함께 아프리카로 이주하여 1949년 런던에 정주하기까지 25년 정도를 로디지아에서 지냈다. 1950년에 그녀의 첫 소설 『The Grass is singing』을 발표한다. 그 후로 시, 희곡, 장 ·단편 소설을 포함한 많은 작품으로, 페미니즘 문학의 대가이자 195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활약하였다.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서머셋 모엄 상 (1956), 메디치 상 (1979), 유럽 문학상 (1982), W. H 스미스 상 (1986), 데이비드 코헌 영국문학상 수상 (2001) 등이 있다. 도리스 레싱은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될 만큼 현대 영국 문학계의 가장 중심에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대표작으로는『Martha Quest』(1952), 서머싯 몸 상(賞) 수상작『Five』(1953)을 비롯하여『The Golden Notebook』(1962) 등이 있다. 1994년에는 자서전『Under My Skin』을 발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