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장의 편지가 인편에 의해 전달되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부탁의 말씀은 다름이 아니라, 노부에게는 원래 일가친척은 거의 없으나 데리고 있는 한 명의 어린 녀석이 있사온데, 이번에 노부는 특별히 대사를 당하여 미리 혼자 떠나게 되었소이다. 해서, 달리 그 녀석을 맡길만한 곳이 없기에 비록 얼마간이나마 도장께서 그 녀석을 맡아서 데리고 계셔주셨으면 하는 것이외다…. 그렇다고, 감히 도장의 문하에 거두어 달라는 뜻은 아니옵고, 그저 머슴이나 종처럼 부리시되 바라옵기는 끼니만 거르지 않도록 해주시고 방황하지 않도록 해주신다면 감지덕지하겠소이다….] ‘빌어먹을!’ 편지를 읽으면서 그는 내심 투덜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현진자, 그는 원래 성품이 아주 괴팍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하여 평생 문하에 제자 한 명 두지 않았으며, 홀로 외딴곳에 떨어져 살거나 쓸쓸히 천하를 방황하는 것을 낙으로 삼고 살아온 노도장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느닷없이 이런 귀찮은 짐을 떠맡게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