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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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차가운 피를 가진 남자의 전설을 아는가? 가장 강한 사내가 내뿜는 향기를 맡은 적 있는가? 크고 아름다운 북극성의 이름이란 뜻의 위진후(偉辰珝)란 사내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그대… 이제 들어 보아라. 중국(中國) 명(明)나라 영락제(永樂帝)때의 일이다. 세인(世人)들은 알지 못하는 무림의 전설(傳說)이 있었 다. 차가운 피를 가진 냉혈객(冷血客)의 신화(神話)가……. * * * 자금성(紫禁城). 영락제의 거처인 태화전(太和殿). 구주(九州) 십팔만리를 지배하는 자. 삼천만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명나라의 황제 영락 제. 그가 의자에 기댄채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넓은 대전 안에는 오직 촛불만이 일렁이고 있을 뿐 고요 하다. 깊은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음……." 누가 절대권좌의 영락제를 괴롭게 만든단 말인가? 그의 목소리에는 괴로움과 망설임이 묻어 있었다. 영락제가 고통스럽게 내뱉았다. "과연 가능할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그의 목소리에 허공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간교한 목소리였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미 십만금군(十萬禁軍)과 일만동 창의 고수들이 명령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한 무림인들의 포섭도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영락제는 무언가 두려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만약……." 다시 자신감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절대 실패하지 않습니다. 이미 저희 첩자가 안에서 손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 천하를 움켜쥐고 있는 황제가 두려워하는 자는 누군란 말 인가? 또한 십만의 군사를 동원해야만 하는 세력은 어디란 말인가? 다시 얼마간의 정적이 흘렀다. 영락제는 신음하듯이 고통스럽게 내뱉았다. "좋아! 시작하게. "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어둠 속에서 힘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존명!" 넓은 태화전에는 촛불만이 일렁이고 있다. 영락제가 다시 중얼거렸다. "만일 일이 실패한다면 동창을 비롯, 이 일에 관계된 자 수십만명 모두를 죽여도 위씨가문(偉氏家門)의 분노를 풀지 못할텐데……."